카자흐스탄 | 카자흐스탄 타라즈 - 후원자 감사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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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영철 작성일19-11-13 13:09 조회593회 댓글0건본문
+. 찬미예수님.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지만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이며 같은 그 분의 같은 영 안에 숨쉬고 있는 극동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형제 자매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저희 공동체가 자리잡고 있는 타라즈 시는 구소련 공화국 중 하나였다가 1991년 독립한 신생국가인 카자흐스탄 잠빌 주의 수도로서 옛 실크로드의 첫 관문으로 무역 및 장인 정신의 중심지인 Taraz는 Talas 강이 흐르는 비옥한 땅에 설립되었으며 2001년에 공식적인 2000주년 기념일을 축하한 고도입니다. 인구는 대략 36만으로 186개 민족이 골고루 섞여 살고 있는 특이한 곳입니다. 종교는 원주민의 경우는 무슬렘이고 백인들은 대부분 러시아 정교회 신자들이며 약간의 프로테스탄트와 함께 가톨릭 인구는 극소수입니다.
이 곳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와 그의 도시들 자체는 사실상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극빈 지역은 아니나 구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극소수 계층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의 생활수준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닙니다. 독립 후에는 원주민인 카자흐인 외에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져 그들 대부분은 월 평균 한화 기준 12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가톨릭 신자들의 이 곳 중앙아시아에서의 삶은 인간적으로 볼 때 참 슬프고 추운 역사를 끌어안고 있어 아직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의 그러한 “얼어붙음”을 살짝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다른 선교지에서는 가난하지만 그래도 역동적인 삶의 생기를 체험할 수 있었는데 이 곳 형제자매들은 왠지 이 땅만큼이나 위축되고 소외되고 춥게 느껴집니다. 20세기 30년대와 2차 세계 대전 중 스탈린은 강제이주정책을 통해 많은 폴란드인과 독일인을 이곳에 정착시켰는데. 중앙아시아 전역에 가톨릭 공동체를 설립한 것은 이러한 이민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박해를 받았고 법망을 피해 장소를 옮겨 다녔으며 밤에 감옥 안에서도 몰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들은 비밀리에 집안에 모여 기도했고, 때로는 그들의 기도 장소와 함께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옛날 박해시절 우리 선조들처럼요.
교회 내 구성원들은 모두 강제 이주된 백인 가톨릭 신자들의 후손들이므로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 어려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고 삶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므로 한국처럼 신자들이 직접 자신들 본당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충분한 경제적 몫을 담당하기가 어려워 거의 99% 독일 교회의 지원을 받아 본당을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힘입어 주위의 더욱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돌보심, 그리고 우리와 함께 하심이라는 기쁜 소식을 자신들의 봉사를 통해 몸소 전하고자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들의 노력과 시간을 무상으로 제공할 것에 동의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얼마 되지 않는, 정말 보잘 것 없는 기부금 외에는 아무런 펀딩 소스가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알고 있고, 또 그러한 일들이 지금도 주님의 손에 의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압니다. 지금 우리 공동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일처럼 말이지요.
주님 사랑의 도구가 되어주신 여러 후원자님들의 도움에 힘입어 지금 저희가 하고자 하는 본당 까리따스 활동은 “가난한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입니다. 타라즈 시내에 충분하지 못한 연금 때문에 먹을 것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홀로 외롭게 지내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들 안에는 원주민인 카자흐인들도 있지만 많은 숫자가 유배 온 자들로서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의 희생자들입니다. 그들은 평생 춥고 두렵고 가난하게 살아왔는데, 특별히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남겨진 노인들의 경우에는 더욱 가련하게도 여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배고픔 속에 외롭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으며, 또한 그들은 가장 무서운 종류의 극빈인 외로움과 더 나아가“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음을 봅니다. 이에 몇 몇 본당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그 가련한 노인들의 따뜻한 이웃이 되어 배고픔과 외로움을 덜어주기를 소망하였고, 마침내 이러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또다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하고 우리들 마음에 말씀하셨고, 보잘 것 없는 우리들의 “오병이어”는 여러 후원자님들을 통해 오천명을 먹이는 기적으로 변했습니다. 주님과 여러분께 독거노인들을 대신하여 이제 “배부르다”고, “춥거나 외롭지 않다”고 “감사하다”고 인사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카자흐스탄 선교지에서 장 소피아 수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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