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 캄보디아 뿌르삿 - 노을지는 시골들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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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7-08-31 17:51 조회558회 댓글0건본문
노을 지는 시골 들녘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Sr. 김 마리도미니카
오늘은 몰리트놀밭 초등학교 지역 어린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 지역에는 어려운 여러 가정이 있어서 자주 먹거리를 사들고 방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산길이고, 저녁이 되면 전혀 길을 찾을 수 없기에, 이 곳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집을 알아둘 생각으로 출발했습니다.
시장에서 라면과 식용유, 우유랑 쌀 그리고 그림책을 사서,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아름다운 시골길을 달렸습니다. 우기가 끝난 시기라 비포장도로는 여전히 먼지가 날려서 앞을 볼 수가 없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손으로 코를 가리면서 지나가며, 비포장 도로 가까이에 있는 집을 지날 때는 자동차 속도를 조금 줄여 먼지를 적게 날리려고 조심해서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동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한 아이의 집이 멀리서 보였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어떻게 지낼까 궁금했습니다. 이 집은 가끔 엄마가 보이지 않아 아이들이 우울하게 지내고 있었고, 지난달에는 아이가 아파서 동네 주민들 속에서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길에서 엄마가 보여 경적을 울렸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새로운 남편이 집에 들어와서 사는데 한 달에 며칠은 둘 다 집을 비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이었고, 집을 떠나지 말고 아이들을 잘 양육하라고 격려의 말도 남겼습니다.
갑자기 오토바이의 소음이 크게 들렸는데, 학교 교장선생님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다른 NGO에서 가난한 가정을 도와준다고 해서 가정방문을 다니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교장선생님께 목적지까지 안내해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따라오라고 했고. 오토바이로 20분 정도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저녁시간이라 해도 지고 해서 망설였지만 교장선생님을 쉽게 만날 수 없어 그냥 따라갔습니다. 시골길을 달리다가 오토바이가 논길로 들어갔습니다. 지나가는 동네사람들을 세워 아이의 집을 물어보니 모른다고 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어느 듯 사라졌고 우리는 교장선생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 서 있으니 다시 돌아왔고, 손짓으로 아이의 집을 가리키며, 길이 험해서 갈수 없다고 했습니다. 포기할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쯤, 어떻게 연락이 닿았는지 그 지역의 남매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었습니다. 봄에 선물한 자전거라 완전히 고물이 되었는데, 오빠가 일하러 갈 때 사용해서 다 망가졌다고 했습니다. 여름 방학 전에 보고 오늘 처음 봤는데 아이들이 많이 컸습니다. 그런데 걸레인지 뭔지 다 헤어진 옷에 머리는 손으로 대충 잘랐는지 헝클어져 있고, 목에는 때가 까맣게 끼어 있었습니다. 시골은 물이 없어 아이나 어른들이 목욕하는 것도 힘듭니다.
공동우물 하나로 주민들이 같이 사용하니 목욕도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집안 사정을 물어보니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못가고 집에 누워있다고 합니다. 날이 어두워져서 다음에 시간을 내어 다시 오기로 했습니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준비해 간 물건들을 나누어 주고, 우리는 어둠이 내리는 시골길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너무 가난하고 초라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가여운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같이 간 캄보디아 봉사자도 정말 가난한 시골이라 동정심이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시골 중에 시골인 이곳은 해질 무렵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초라하고 초라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감싸 버리는 자연처럼 이곳 사람들도 자연의 일부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순수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가난은 주어진 것이라 선택의 여지없이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