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 볼리비아 밀림 속 신앙공동체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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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8-05-07 22:39 조회1,817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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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밀림 속 신앙공동체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남미 원시림 한복판에서 영그는 뿌리 깊은 신앙
발행일 2018-05-06 [제3093호, 10면]
밀림이 우거진 남미 볼리비아 원시림.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도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도 신앙의 씨앗이 뿌려져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지구 반대편인 이곳에 한국인 사제들이 파견돼 사목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 선교사제로 활동 중인 대구대교구 김동진 신부(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본당 주임)를 통해 이곳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만나본다. 김 신부는 현지 ‘우물’ 프로젝트와 ‘젖소목장’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 작고 가난하지만 기쁘게 사는 신앙공동체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공동체(이하 산 안토니오 공동체)는 볼리비아 중에서도 사방 100㎞ 원시림에 둘러싸인 오지로, 치키타노(Chiquitano)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인디언 자치 구역이다. 17세기 후반 예수회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이곳에 신앙을 전파했다. 김 신부는 이곳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치키타노족 특성상 배타적인 성향이 강해 외부인의 접근을 꺼리지만, 사제만큼은 자신들과 같은 치키타노족으로 여기며 공동체 일원으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김 신부는 이곳에서 최용석 신부(대구대교구)와 함께 공소 공동체를 찾아다니며 사목하고 있다.
김 신부는 “사람들 모두 순박하고 쾌활하며 전통적인 전례도 잘 보존돼 있다”면서 “산 안토니오는 그리스도교 문화가 잘 유지되고 있는 이상적인 신앙공동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낙후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난하게 살지만, 누구보다 깊은 신앙심으로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전했다.
■ ‘마르지 않는 우물’과 ‘희망의 목장’
최근 들어 이곳에 큰 걱정거리가 생겨났다. 원시림에 둘러싸인 마을 특성상 모든 것이 열악해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신부는 현재 공동체의 자립을 위한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 ‘우물’과 ‘젖소목장’ 프로젝트.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우물 사업은 이 지역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지금 우물은 오염된 지표수가 유입되는데다 건기에는 말라버려 사용할 수 없다”면서 ‘마르지 않는 우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을에는 적어도 6개의 우물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건기에도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m 정도 깊이를 뚫어야 하는데, 1m당 우리 돈으로 1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니 우물 하나에 1000만 원 이상이 듭니다.”
젖소목장은 일종의 ‘가축은행’으로 구상하고 있다. 영양실조 어린이들과 빈민들의 생계를 위해 젖소를 대여해 주고 자립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민들과 함께 50ha 규모의 목초지를 완성해 놓은 상태다. 같은 면적의 목초지를 추가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김 신부는 “가축 대여 사업을 위해서는 현지 재래종이 아닌 좋은 품종의 젖소를 구입해야 한다”며 “송아지를 임신한 암소 한 마리는 한 가족이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고, 송아지를 낳아 기르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최소 2억 원 정도가 필요한 상황. 이에 김 신부는 모금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도움을 요청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국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볼리비아 밀림 한가운데서 오랜 세월 소박한 신앙공동체를 꾸려온 치키타노 원주민들이 그들의 신앙을 계속 이어가도록 도움이 필요하다.
■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본당 주임 김동진 신부
-“슬픔과 고통 한가운데 놓여도 신앙으로 기쁘게 사는 법 배워”
“사방 100㎞가 원시림에 둘러싸여 있는 밀림 한가운데에도 교회가 생겨났고, 또 이렇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하느님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볼리비아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이하 산 안토니오)에서 치키타노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선교사제로 사목 중인 대구대교구 김동진 신부. 그는 먼저 선교지에서 깨닫게 된 하느님 은총과 그 안에서 얻은 감동에 대해 전했다. 산 안토니오는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그리스도교 신앙이 처음 전파된 곳으로 오랜 신앙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김 신부는 “이곳 원주민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이 가진 깊은 신앙심과 순박함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이상적인 그리스도교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에선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면서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곳에 살면서도 늘 긍정적으로 사는 법을 알고 있다”며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걱정하고 비교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것. 단순한 진리이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신부는 “믿음을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주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이라며 “이곳 사람들이 몸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보통 큰 아픔이나 어려움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사람들은 고통 속에 머무르지 않고 ‘Sigamos Adelante!’(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라고 외치며 아픔을 이겨냅니다.”
이렇듯 신앙 안에 기쁘게 살아가는 산 안토니오 공동체의 영성을 한국교회 신자들도 알게 되면 좋겠다는 것이 김 신부의 바람이다. 그리고 이들의 영성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물’과 ‘젖소목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더 나은 환경에서 좀 더 기쁘게 생활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현재 한국에 머물며 이 두 가지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활동에 매달리고 있는 김 신부는 산 안토니오 공동체의 자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자들의 기도와 꾸준한 관심을 요청했다.
“먼 옛날 예수회 선교사들이 뿌렸던 그리스도교 신앙의 씨앗이 이제 한국교회를 통해 그 열매를 맺게 되길 바랍니다.”
■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공동체는
영화 ‘미션’의 실제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한 이곳은 예수회가 남미 선교를 시작했던 지역으로, 뿌리 깊은 그리스도교 문화가 치키타노 전통문화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1770년대 예수회가 축출됐지만 공동체는 무너지지 않았고, 1840년대 독일에서 프란치스코회 사제들이 다시 파견될 때까지 자신들의 문화를 이어왔다. 프란치스코회는 성당을 새로 짓고 교육과 사회사업에 헌신하면서 교회 재건을 이뤄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수도회 성소 부족으로 인해, 공동체는 또다시 방치되기에 이르렀다.
2011년 대구대교구 석상희 신부가 이곳에 파견되면서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김동진 신부가 본당 주임으로 부임해 사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