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 캄보디아 뿌르삿 - 주님,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 자비를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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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7-08-31 17:54 조회615회 댓글0건본문
주님,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 자비를 내려주소서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캄보디아 선교사)
김 마리도미니카 수녀
찬미예수님, 캄보디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마리도미니카 수녀입니다. 캄보디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프춤번(추석명절)이라 공동체 수녀님들과 함께 모처럼 휴가를 떠났습니다. 가는 길에 전화가 한통 왔는데, 한 아동의 집에 왔으니 꼭 방문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누가 전화를 했는지, 왜 그 아동의 집에 방문해 달라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3일후 또 전화가 와서, 차근차근 알아보니 우리가 도움을 주고 있는 가정의 어머니였습니다. 전화를 한 이유는 집에 쌀이 없고, 아이가 많이 아프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여 연락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아프기에 전화까지 했을까 싶어 그날 오후 4시에 쌀이랑 라면, 식용유를 사 가지고 방문했습니다.
이 가정의 환경은 유일하게 아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가재를 잡아 시장에 파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재를 잡는 중 다리를 다쳤고, 병원에 가야 했지만 돈이 없어서 두 달 동안 약을 못 발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이 나무 판때기로 만들어지고 워낙 오래되었는데, 방안에 깔고 잘 돗자리가 다 낡고, 냄새가 심하게 났습니다. 또한 신발도 다 해져서 거의 맨발로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꼭 필요한 생활품인 것 같아 구입해 주기로 하고 시장에 갔습니다. 약국에 들려 연고와 소독약 면봉 등 약품들을 샀습니다. 돗자리, 모기장, 신발도 사고, 모든 것을 준비하고 마을로 향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빗줄기는 더 굵어졌고 그칠 줄 몰랐습니다. 오후 2시 약속인데 시간은 자꾸 지연되고 가져온 우산도 없고, 그냥 비를 맞으며 준비한 물건들을 머리에 이고 골목을 걸어갔다.
비가 많이 오자 골목은 물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앞만 보면서 걸어갔는데, 갑자기 균형을 잃고 미끄러졌습니다. 낡은 슬리퍼가 빗길을 이기지 못했던 것입니다. 마침 남의 집 앞이라 아이들과 어른들이 보고 있었고, 너무 부끄러워 얼른 일어났습니다. 옷은 온통 흙으로 범벅이 되었고, 손도 흙이 묻어 물건을 들고 가는데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 집에 도착하여 물로 흙을 좀 씻어 내고 있자니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이 몰려왔고, 엄마도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준비한 연고와 소독약으로 아이의 상처를 치료했습니다. 아이의 상처는 생각보다 좀 심각했습니다. 계속 가재를 잡으러 논으로 돌아다니니 상처가 아물 시간이 없었습니다. 제발 물을 넣지 말라고 당부하고 연고를 하루 3회 바르고 약도 하루 3회 먹으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옆집 아줌마가 자기 딸도 귀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내 무릎에 앉히고 귀에 면봉으로 닦아 보았지만 고름은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직접 귀를 닦아 보라고 했더니 귀에서 누른 흙이 나왔습니다. 이 아이도 가재를 잡으러 가다 보니 귀에 흙물이 들어간 것입니다. 게다가 제대로 씻지 않아서 귀가 아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면봉을 좀 주면서 매일 닦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또 옆집 아주머니가 자기 아이도 아프다며 내가 봐주기를 원했습니다. 보아하니 이마에 파스를 붙인 것이 감기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손을 잡아 보니 많이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손과 팔, 어깨를 마사지 해 주었더니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따뜻한 물과 따뜻한 옷을 입으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옆집 새댁이 아이를 안고 나타났습니다. 사실 자기도 집이 없어서 엄마 집에서 사는데 부엌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제발 집을 하나 지어줄 수 없겠느냐고 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지 집을 짓는 일은 하지 않아요.” 라고 대답했다. 그렇고 말하고 나니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오늘 나는 내가 의사나 간호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습니다. 사실 마을을 다니다보면 환자들을 꼭 만나는데,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늘 미안했습니다. 오늘 생각한 것은 마을에 갈 때 체온계, 연고제, 소독제, 비타민을 꼭 가져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마을 입구를 나오는데 동네 아주머니가 나를 불렀습니다. 가보니 3개월 된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핏기가 없어 보였습니다. 자기 집도 너무 가난하니 좀 도와달라고 합니다. 사실 이 마을에 계속 오면서 이 집 아이가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의 얼굴에 핏기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이발사인데 하루 1만 리엘(한국 돈 250원)버는데 생활비가 하루 1만 리엘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집도 없어서 부모님 집에 방하나 얻어서 사는데 생활이 힘들다고 합니다. 다음번에 올 때는 여자 아이들에게 그림책과 크레파스를 선물하는 것을 상상하며 이 집을 떠나왔습니다.
‘자비로우신 주님, 이 집도 도와줘야겠지요! 자꾸 마음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