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 몽골 울란바토르 쌘뽈초등학교 - 착하신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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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7-08-31 16:15 조회1,397회 댓글1건본문
착하신 주님
이 글라라 수녀
저희 샬트르 성바오로회 수녀들은 1996년 7월 23일에 4명의 수녀들이 파견되어 존모드와 울란바트르 초등학교 하나씩을, 바양호셔에 유치원 하나를 열어 아동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 울란바트르 쎈뽈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난영 글라라 수녀라고 합니다. 저희 학교에 6세에서 16세까지의 어린이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학력에 따라 초등 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국가인정 사립초등학교입니다.
몽골의 교육은 무상교육이지만 오래 전 우리나라에서 수업료 외에 종이 한 장 값도 학부형에게 가져오도록 하는 것과 많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교복이 없어서, 교과서가 없어서, 공책과 연필이 없어서….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내쫒는 일이 반복 되다보니 창피해서, 자존심이 상해서 하루 빠지고 이틀 빠지고 하다가 학교에서 재적 당한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적령기가 되었으나 아예 학교에 가보지도 못하고 10살이 넘은 아이들도 많구요….
저는 원래 초등학교 교사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평교사였기에 교장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학교에 갖추어야 하는 서류가 무엇이 있는지, 초등 학교 교사와 중학교 교사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문외한 이었습니다. 선교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초등학교교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몽골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몽골어는 어떻게 말하는지 어느 것 하나도 모르는 제가 그저 수도회의 부르심을 하느님의 부르심이라 믿는 마음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만을 가지고 한국을 떠나 온지 8년째입니다.
공산주의에서 벗어 난지 겨우 20년이 되는 몽골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도, 가난하고 헐벗은 우리의 부모님들은 그래도 자식 공부만은 어떻게 해서든 시키려고 했었는데 자식이 학교를 안 간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모르고 있는 학부형을 이해하는 것이, 학교에서 내어준 교과서와 책가방을 춥다고, 석탄이 없다고 화로에 넣어 태워버리는 학부형을 이해하는 것도 아직은 어렵습니다.
월급 인상을 요구하며 학생들을 교실에 앉혀놓고 수업을 하지 않는 교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술에 잔뜩 취해 수업 하러 오는 음악교사를 해고하면서 어려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학급 아이들의 수업시간에 본인의 자녀 유치원 망년회 행사에 가겠다는 교사에게 허락을 주지 않았더니 수업하러 들어가지 않고 울고 있을 때 마음의 평화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착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우리 가운데 오신 성탄입니다. 매일 새롭게 탄생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다시 한번 지극히 찬미를 받으시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시는 주님께 찬미!!! 이러한 어려움 중에도 복음의 씨앗은 뿌려지며 직원 부부가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아 혼인성사를 치루며 성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주님의 좋으심을 찬미합니다.
몽골의 설 명절은 우리의 떡국처럼 만두를 빚어 얼려두었다가 손님이 오시면 쪄서 나누어 먹는 관습이 있습니다. 저와 함께 가정 방문을 다니며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저보다 잘 아는 직원은 자기집에서 만든 만두를 알코올리즘 오빠와 조카 그리고 어린 여동생을 돌보며 사는 아이 집에 살짝 들여다 놓고 왔다는 말을 들을 때 우리가 아무 이유 없이 이곳에 있지는 않는 것이지 싶어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래도 새벽을 열며 어둠을 헤치고 학교로 달려와 아직 열려지지 않은 교문을 두드리며 오는 아이들이 있기에 저희는 오늘도 새벽기도를 봉헌하며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아기를 갖게 된 아이들이 아기를 데리고 성당에 와서 만나게 될 때 그 반가움 또한 작지 않습니다.
오늘은 2012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들, 가족들, 직원들,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마지막 하루를 기도로 봉헌합니다.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심을 믿으며…
임마누엘께 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