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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 몽골 바양호셔 어린이집 - 몽골의 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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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7-08-31 16:41 조회1,0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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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요나

오 소피아 수녀

  젊은 시절 좋아하는 계절에 대해 물을 때면 난 늘 늦가을이라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은행잎이 떨어지는 쓸쓸한 가로수 길을 바바리코트 자락에 손 깊이 찌르고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척 하며 걷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지금 나의 인생을 춘하추동에 비한다면? 하고 묻는다면 이곳 몽골에서의 삶을 만추라고 말하고 싶다.

나이 60을 바라보다 보니 늘 사용하던 모국어의 단어도 가끔 생각나지 않는 시점에서 남의 말과 풍습을 새로 배워 익히고 살아가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곳은 있는 것 보다는 없는 것이 더 많다 보니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만 하는데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한계에 부딪칠 때 하느님 앞에서 납작 엎드리게 된다.

 비앙호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우리 동네는 극심한 한파로 가축들을 잃고 무작정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이룬 정착촌이다. 마땅한 거처나 직업이 없어 도시 거주권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동네를 이룬 곳이다 보니 아직도 수도시설이 들어오지 않아 빈 통 하나씩 들고 물 저장고에 가서 물을 사서 먹는다.

    게다가 전기 시설도 최악이다. 겨울이면 하루에도 전기가 2-3번씩 끊어지기를 반복하는 동네다보니 이곳에서 겨울을 나려면 늘 바짝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영하 38-40도 혹한에도 전기가 끊어져 버리면 한밤중에 일어나 발전기를 돌려 보일러를 돌려야 되는 상황이 곧잘 벌어지곤 한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게르 안에 난로를 만들어 석탄으로 난방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 유치원의 경우, 외국인이 짓는 건물은 석탄 난로 난방은 준공허가가 나지 않아 부득이 석유보일러 시설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 가동 장치를 수동으로 설치하고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대에 4시간만 보일러를 가동시킨다. 혹 경비원이 잠이라도 들어버리면 난방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밤잠을 설치며 수시로 확인을 해야만 한다.

  이러던 어느 날 경비로부터 새벽 2시쯤에 보일러실로 내려와 보라는 연락이 왔다. 내려가 보니 보일러 통은 화염으로 벌겋게 달아있고 천정은 열기로 내려앉아 있는데 경비원은 아직 보일러 끌 시간이 안 되었는데 어쩌야 할지 모르겠어서 나를 불렀다고 한다.

기가 막혔다. 얼른 보일러부터 끄고, 몽골에는 보일러 기술자가 없는 관계로 날이 밝길 기다렸다. 한국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고 하면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본국에서 보내 온 결과는 아무래도 사용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보일러통의 내부가 터져서 그런 것 같으니 교체하거나 해체해서 내부에 방화벽돌로 다시 쌓아야 된다고 한다. 필요한 자재를 준비해서 최대한 빨리 오도록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어찌도 길던지.... 유치원은 임시 휴원을 하고 함께 지내는 할머니 수녀님은 주교관에서 잠시 생활하시게 하고, 실내 온도의 손실을 최대한 막기 위해 카페트로 문을 막고 작은 히터에 의지하여 추위를 견디고 있는데, 보일러가 얼어 터져 바닥까지 뜯어내야 하는 제2의 사고로까지 연결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마음마저 얼어붙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데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사건은, 설상가상으로 한밤중에 전기가 또 끊겨져 버린 것이다. 이러다 얼어 죽겠구나 싶고, 홀로 사투하는 억울함과 원망으로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요나3,8) 하고 하느님께 화를 내는 요나처럼, 나도 경당에 들어가 하느님! 이러면 안 되지요. 나보고 어쩌라구요..”하며 펑펑 울었다. 이렇게 일주일을 지난 후 한국에서 기술자가 와서 내부를 전부 뜯고 벽돌을 새로 쌓고 보일러를 가동시킬 수 있었다. 안도감도 잠시 뿐, 급한 불은 껐지만 곧 보일러를 전면 교체해야 하는데 그 몫돈은 또 어떻게 마련하지? 고민의 연속이다.

  수녀님 한분이 새로 소임을 받아 몽골에 오셔서 점심을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 여인이 한국 사람이 우리나라 땅에 와서 저러고 다닌다며 내게 마구 욕을 해대며 때리려고 덤벼들었다. 무서워 이리저리 피하는데 계속 큰소리로 욕을 하며 달려드는데 사람들도 구경만 할 뿐이었다. 자리를 피하려고 택시를 탔는데 택시 앞을 가로막고 서서는 소리를 지르며 차를 가로 막고 선 것을 겨우 따돌리고 온 적도 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왔는데?”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그늘막이던 아주까리가 말라죽어 더워서 죽겠다고 하느님께 신경질을 부리던 요나처럼 전기 가 안 들어오고, 보일러가 터져서 추워서 죽겠다고 난리를 치는 나는 몽골의 요나다


오른쪽과 왼쪽을 가릴 줄도 모르는 사람이 십이만 명이나 있고...

  이 커다란 성읍 니네베를 내가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요나4,11)  

  요나와 달리 내가 원했던 선교 소망을 이루고 싶었고 하느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파견된 이곳에서 나는 초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역만리 땅에서 겪는 삶의 희노애락이 오늘은 비록 내안에서 불협화음을 이루더라도 연습 과정을 겪으면 아름다운 소리로 다듬어 지겠지...

나의 삶의 여정.

이곳에서 슬픔과 기쁨 그리고 한계에 부딪쳐 절망을 느끼던 곳에서 그분께 납작 엎드리게 만드는 순간들을 만나며 역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지만 우리의 발걸음을 이끄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악에서도 선을 이끌어 내시는 하느님이시니 하느님의 영광이 이 미지의 나라 몽골에도 드러나길 우리의 삶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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