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 몽골 바양호셔 어린이집 - 고이 윰아! 고이 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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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7-08-31 16:47 조회27,988회 댓글2건본문
고이 윰아! 고이 윰아!
오 소피아 수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는 날, 오늘따라 유난히 노출되고 낡아서 보기 흉칙한 난방관이 눈에 들어왔다. 저거 어떻게 처리 좀 못하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이 윰아! 고이 윰아!라는 소리가 들렸다. ‘좋다!라는 감탄사이다.
바양호셔 빈민촌에서 세상 구경을 못한 아이들로서는 난방관이라는 것을 처음 보는 것이니 낡았다라는 느낌보다는 엄청 큰 관이 길게 뻗쳐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을 것이다. 재잘대는 아이들 뒤를 따라가며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로 상처를 받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선교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일이 떠올랐다.
우리 수도회는 수녀들이지만, 이미 18세기 초부터 남 아메리카에 위치한 프랑스령 카옌에 진출했다, 프랑스의 악명 높은 감옥소의 유형수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용감한 수녀님들을 이어서 우리는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 곳에 뼈를 묻으리라는 각오를 하며 “아듀-하느님 앞에서 만나자-“란 인사를 나누고 선교지로 떠났다. 그리고 삶의 자리에서 소, 돼지를 키우고 뜨개질을 해서 생계비를 벌며 자립형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선교지의 사람들을 조건 없이 동등하게 대하며, 도와줄 때 무료로 함을 원칙으로 삼았다. 나는 그런 선배들의 모습에 반해서 해외 선교를 지망했고, 몽골에서 가장 극빈한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무료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요구가 많아서 다른 사람보다 넉넉히 주고 또 주곤 했던 사람이 고맙다고 하기는커녕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로서는 상처가 되었다, 매일 은인들의 희사를 얻기 위해 고민하고 애써 얻은 물건 하나하나가 사실 내 노력의 댓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주고 욕을 먹으니 화도 나고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이 괘씸해서 다시는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사람들을 탓하고, 나 자신을 변호하고 나의 생각을 합리화 시키려 해도 뭔가가 나를 짓누르고 마음의 평화를 앗아갔다. 마음의 혼란은 단지 그 험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리저리 지친 몸과 마음을 뒤척이던 중 몽골에 처음 왔을 때의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번쩍 스치면서 “오화영 너, 갑질을 하고 있구나”라는 소리가 나를 쳤다.
이곳 생활 7년째에 접어들자 사람과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돈과 물건을 얻어서 나눠주는 중개인 노릇에 길들여져 이곳 사람들을 물질적 관점에서만 보고 마음을 챙겨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가난하다 보니 도덕이나 체면보다는 먹고사는 것이 더 급했겠지라고 치부하며 그들에게 인간으로의 존엄성에 대한 예모를 갖추지 못하고 내심으로는 무시하는 적이 없지 않았다. 이런 태도야말로 고맙다고 말하지 않고 자꾸 달라며 탐욕을 부리는 사람보다 더 나쁘지 않는가?
주님께서는 최후의 심판 때,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가는 기준이 ‘내 형제들인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나그네 처지인 이, 병든 이,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준 것(마태 25.31-40 참조)이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주고 나서 댓가를 바란다면 받을 상을 이미 다 받았기에(마태6,2참조)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가기 어려울 것 같다.
내 눈에는 당장 교체하고 싶은 낡은 난방관이지만 아이들 눈에는 좋다. 이것이 주님의 자비이며 주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선교사의 태도인 것 같다.
‘고이 윰아!’아이들의 탄성에서 오늘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르10,13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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