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 서티모르 맘세나 - 이 토마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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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7-09-07 16:36 조회1,060회 댓글0건본문
인도네시아 서티모르 맘세나 지역
인도네시아에 발을 들여놓은지 어느 듯 6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어린 수녀 두 명이 소임으로 우연하게 서티모르에 가게 되었고 그곳 주교님(아땀부아 교구)으로부터 맘세나 작은 마을을 선교지로 소개받았습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낮선 땅, 인도네시아에서도 극동이라 할 수 있는 적막한 이곳에서 ‘과연 어린 두 수녀가 둥지를 틀 수 있을까’ 하는 인간적인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지만, 곧 예수성심께 의탁하고 우리를 이곳으로 보내신 뜻을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밀림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푸른 초원에 군데군데 널려있는 초가집들, 맨발에다 하반신을 한겹 천으로 두르고 생활하는 모습이, 그들을 처음 대하는 저로서는 남녀노소가 쉽게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95%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 맘세나 지역은, 가난하지만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정부에서도 불모지인 이곳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다가 바로 옆 국가인 동티모르의 전쟁이 발생한 후, 많은 난민들이 밀림에 들어가 살면서부터 지방 정부에서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할 일이 많은 곳입니다. 어디부터 봉사를 시작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맘세나 본당에는 인도네시아 신언회(SVD) 소속 신부님이 2분 계시고, 예수성심시녀회 소속 수녀님 2명이 상주하면서 본당사목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너무나 외진 곳이라 타 수도회에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장 소외된 지역입니다. 강한 빗줄기가 내리치면 천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느라 좁은 공간에 그릇을 있는 데로 받쳐야 합니다. 방 모서리에 잉잉 데는 모기와 피난 줄에 선 개미들의 틈바구니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수녀들은 불평은커녕 주님께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수도자의 모습과 자연인의 모습을 겹쳐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매일매일 필요한 물을 길러 와서 생활해야 되는 수고로움을 통해서 주님께서 주시는 그날의 일용할 양식을 묵상하게 됩니다.
맘세나 지역민들은 대다수 옥수수와 쌀농사를 짓고 사는데, 수확이 많지 않아 하루 두 끼를 먹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식은 쌀 조금에 옥수수를 섞어서 먹든지, 아니면 옥수수만 먹고 사는데, 오히려 옥수수가 끈기가 있어서 견딜만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운영하는 유치원은 한 학기 등록금을 우리나라 돈으로 천원정도, 매월 수업료는 백원정도로 정해놓았지만 그 돈이 없어서 유치원을 못 다니는 어린이들이 많고, 한 시간 이상 걸어서 와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한번은 어느 어린이가 며칠 동안 유치원에 나오지 않아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그 집에 도착해서 보니 농사철에 너무 바빠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줄 수가 없었고, 유치원에 갈 아이 한 명이 더 있지만 두 명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한 명만 보낸다고 합니다.
주된 선교는 본당 사목을 돕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즉 이 지역 어린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영양과 의료 지원, 그리고 윤택한 생활을 돕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신발 신고 다니기, 놀이터 만들어주기, 공부방, 등하교 길의 차량지원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2012년 3월부터 유치원 개원 준비를 위해 먼저 현지 교사를 채용하고 동시에 교육부에 유치원을 등록했으며 허름한 교실 1칸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7월에 어린이 50명을 입학시고, 그래서 이번 성탄 때에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어린이들에게 슬리퍼를 모두 신겨 주었습니다. 앞으로의 우선순위는 유치원 건립과 어린이들의 영양과 의료지원, 등하교 길의 차량지원입니다.
그 다음 순위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선교입니다. 청소년들은 그들의 집과 학교와의 거리가 너무 멀고 교통도 불편하기 때문에 성당 기숙사나 친척집에서 기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 기숙사비는 천원정도이지만, 환경은 많이 열악합니다. 그러나 비용을 댈 형편이 못되어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수녀원에서 부르면 대기하고 있는 용사들처럼 언제든지 달려와 아낌없이 도움을 줍니다. 이들은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두 세 시간을 걸어서 귀가했다가 주일 오후에 돌아올 때는 채소와 쌀, 옥수수를 조금씩 싸매고 와서 일주일을 생활합니다.
해가 지면 맘세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입니다. 그 어둠을 뚫고 하늘을 밝히는 무수한 별들은 맘세나를 꿈의 도시로 수놓습니다. 꿈을 먹고 사는 착한 사람들의 땅, 이곳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의 도움으로 말씀의 씨앗을 뿌리고 말씀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오늘도 뙤약볕을 걷고 또 걷고, 손짓 발짓으로 웃음을 주고받으며 땀에 흠뻑 젖습니다.
맘세나 선교지에서
이현옥 토마스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