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 2020년 후원자 감사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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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영철 작성일20-10-21 13:52 조회435회 댓글0건본문
수많은 자연재해와 가난에 지친 인도네시아 서민들은 모든 것을 알라신의 섭리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이 모습은 높은 경지에 도달해서 나온 표현이라기보다 자신의 처지에서 더 극복할 힘이 없기에 신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3월 초부터 무섭게 번져가는 코로나 전염병으로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서서히 무너져가는 것 같습니다. 이 지역도 빨간색으로 표시가 될 정도로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일자리가 없어져 거리에 내앉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행여 대혼란이 일어날까 두려워 주택가는 문을 굳게 잠갔으며 8년 동안 쉬지 않고 노숙자들을 위해 봉사하던 도시락 봉사도 중단 되었습니다.
수녀 양성자들을 돌보아야 하는 저는 외국인이라 더욱더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만일 우리 공동체 안에 이 전염병이 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망막한 마음이라 무조건 외부와 차단을 하고 아주 조용한 사순시기를 보냈습니다. 성삼일과 부활 대축일 미사마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자 문을 굳게 잠그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제자들처럼 40일간의 긴 침묵 속에 있던 우리는 예수님 부활에 힘을 받아 일어났습니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아나는지 “우리는 이런 위급한 시기일수록 더 희생하고 도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노숙자들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지,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보러 갑시다.” 나는 우리 인도네시아 수녀들과 함께 우리 노숙자들을 찾아갔습니다. 우리를 보는 순간, 그들은 달려와 “왜 이제 왔느냐? 우리는 배가 고프다.”라고 투정을 부리며 반가움의 미소를 건넸습니다. 우리를 기다린 그들을 보자 감격과 후회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돌아와 부랴부랴 도시락 100개와 마스크 100개를 만들고 차량 봉사를 맡아줄 신자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이 소문을 들은 신자들이 직접 도시락을 갖다 주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봉사에 참여하고자 했습니다. 100개에서 200개 300개…. 우리의 힘만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을 함께 나누니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도시락을 받던 노숙자들만이 아니라 오토바이 운전자, 미니버스 운전자 등등 모두 일자리를 잃어 하루에 한 끼 식사도 어려운 실정에 월세로 살던 집에서도 나와 노숙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락 숫자를 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음식을 실을 차의 공간이 부족하여 우리의 무릎 위나 발아래까지 도시락을 놓아 앉기조차 불편했지만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형제, 자매들을 위한 일임을 알기에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기쁘게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락을 갖다 줄 때마다 강력하게 몰려드는 그들이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릅니다. 음식을 받으려고 서로 가로채고, 우리가 타고 있는 차 안으로 손과 얼굴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생활지침에 따라 모든 관공서와 상가, 사무실, 학교, 공장 등등 모든 것은 멈추었습니다. 심각하게 밀리던 도로는 텅텅 비었습니다. 동네는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조용했습니다. 아이들도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밥뿐만이 아니라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매일매일 공부도 못하고 마스크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마스크가 없습니까?”라고 하는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보였습니다. 맨 마지막에 아이를 안고 도시락을 받으러 온 한 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도시락이 다 떨어져 마스크를 손에 안겨주면서 붉고 창백한 그의 눈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슬람 단식기간이 끝나고 대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그들은 고향 친지를 방문하고 한 달 정도의 휴가를 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이슬람 종교계에서는 이 시기에 고향 친지를 방문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강조하였지만, 그들은 경찰을 피해 오토바이로 아니면 걸어서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습니다. 자와섬에 고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가고 나니 사회는 안정세를 조금 되찾았지만, 어느 사이에 그들은 돌아왔습니다. 그들이 퍼트린 바이러스는 전국적으로 번져서 확진자가 천 명씩, 이천 명씩, 자카르타에만 해도 매일 500명씩 나왔습니다. 고위험에도 불구하고 관공서와 상가, 음식점 등이 문을 열었습니다. 확진자가 몇 배로 뛰어오르면서 자카르타를 봉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돌고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 자매들과 함께 이 세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식별하고 그 소명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하루빨리 코로나 전염병이 물러나 주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