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 <볼리비아> 2020년 후원자 감사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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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영철 작성일20-10-21 13:57 조회422회 댓글0건본문
예수성심. 이곳 볼리비아는 3월 초에 첫 환자가 생기면서 코로나 19시대로 들어섰습니다. 볼리비아는 남미의 여러 나라와 국경을 이루고 있어서 처음 코로나 19가 남미에 발병 되었을때부터 걱정이 많았습니다. 남미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의료시설이 거의 바닥인 나라. 만약 코로나 19가 들어온다면 그건 아마도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그 걱정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데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3월 중순에 볼리비아 정부는 강경하게 방역조치를 취하면서 땅으로도 하늘로도 다른 나라와의 길을 봉쇄하였고 각 도시와 지역 간의 교류도 금지되었습니다.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정지되었고 공공기관 및 대중교통도 모두 정지되었으며, 모든 국민이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직장에 못가게 되면서, 가정 형편은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나라에서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은 너무 낮고 점점 끼니를 굶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구역장들을 중심으로 동네마다 솥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본당에 속한 9개의 구역에서 매일 60명에서 80명 가까운 사람들이 한 끼 밥을 얻어먹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냄비를 하나씩 들고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이 식구들의 밥을 가져가기 때문에 60명이 줄을 서면 적어도 250명분의 식사는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집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각자 냄비를 들고 오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식구는 많고 냄비는 작아서 음식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100명분을 생각하고 시작했던 급식이 300명 가까이 되면서 본당의 재정도 점점 바닥을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매일 9개 구역에서 250명이 넘는 수의 음식을 하면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본당의 사회복지 기금도 얼마 버티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구역마다 운영되던 급식소는 3개월 만에 중지하게 되었고, 7월부터 이곳 본당에서만 급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3개월 동안 모든 것이 정지되자, 사회 곳곳에서 반발이 일어났고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를 하였습니다. 7월부터 조금씩 방역 조치가 완화되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이 일을 나가게 되면서, 본당의 급식은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급식하는 것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매일 어린이집 교사 3명과 공부방 봉사자 2명이 와서 어린이 급식을 도와주고 있으며, 하루에 적게는 35개, 많게는 50개의 냄비가 들어옵니다. 처음 80명의 아이들로 시작한 급식이 지금은 150명을 넘어갑니다. 일찍 일을 나가면서 엄마나 아빠가 냄비를 두고 가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이 직접 와서 냄비를 두고 가기도 합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줄을 서는 대신 성당 문 앞에 마련된 상에 가지고 온 냄비를 놓고 가고 청년 한 명이 냄비를 받아서 몇 인분의 음식을 원하는지 적어서 주방에 알려줍니다.
처음 시작은 좀 복잡했지만 지금은 아이들도 잘 도와주고 있고 서로가 잘 협조하면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남극에서 매서운 추운 바람이 불어오나 빠지지 않고 매일 우리는 밥을 하고 아이들은 밥을 가지러 옵니다. 여기가 아니면 하루 한 끼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부모들은 여기만 믿고 아이들을 놓고 매일 일을 하러 나갑니다. 우리는 이제 그 많은 아이들의 하루 식사를 책임지는 또 다른 의미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밥만 주다가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씩 빵도 주고 마스크도 선물해주고 가끔 맛있는 사탕도 넣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이제는 이곳에 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한 끼 밥 안에 예수성심의 사랑을 담아 매일 매일 작은 기쁨을 함께 나누며 오늘도 우리는 주님과 함께 뜨거운 주방에서 땀을 흘리며 찬미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매일 맛있는 밥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신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의 후원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큰 감사드리며 주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