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제35회 아산상 대상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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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업지원부 작성일23-09-27 13:15 조회517회 댓글0건본문
지난 48년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근로자와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난민 등을 지원하며 복지증진에 기여한 천주교대구대교구 가톨릭근로자회관(대표 이관홍 신부)이 아산사회복지재단 제35회 아산상 대상에 선정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다
시대의 그늘에 가려진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가톨릭근로자회관의 48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근로자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난민 등 지원
-매주 일요일 500여 명 찾는 대구‧경북지역 최대 이주노동자 지원기관으로 발전
-공적 지원에서 배제되고 생계가 어려운 난민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1975년 오스트리아 출신 박기홍 신부(본명 요셉 플라츠, 1932~2004)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대구지역 근로자들을 위해 가톨릭근로자회관을 설립했다. 당시 공간 확보에 필요한 재원이 없었기에 박기홍 신부는 독일의 해외원조재단인 미제레올에 도움을 요청해 건축비를 지원받았다. 48년이 지난 지금,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유럽의 낯선 이방인들에게 받은 도움을 그대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방인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대구지역 근로자들의 권익 옹호로 시작된 가톨릭근로자회관의 활동은 우리 사회의 더 낮은 곳, 어디에도 호소할 곳 없는 소외된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그 흐름은 한국에서 일하지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난민과 그 자녀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구지역 근로자에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에게로 향하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시대마다 바뀌어왔다. 초기에는 대구‧경북지역의 섬유공장 근로자, 공장 기숙사 사감, 인사담당자,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 등 다양한 근로자들이 중등교육과정과 교양, 노동법 교육을 받기 위해 찾았다. 당시 대구지역에서 노사분규가 일어나면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가톨릭근로자회관에 모여서 관장인 박기홍 신부의 중재 하에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여성들에게 취업과 부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양재, 칠보와 같은 기술교육을 제공하였고, 가사 · 위생 · 식생활 · 교양 등 가정생활교실도 운영하였는데, 이는 대구지역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손꼽혔다. 이외에도 가난 때문에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버스 안내원들이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검정고시 등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버스회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버스 안내원에게 소개해 당시 3만 명에 달하는 버스 안내원들이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검정고시 등 교육을 받았다.
1990년대에는 급격히 늘어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성당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가톨릭근로자회관에 임금체불, 산업재해, 비자문제 등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주노동자 중에서 체류기간을 넘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하자 가톨릭근로자회관은 노동, 법률, 의료 등 전문적인 지원과 함께 한국어교실, 무료진료, 쉼터 등을 제공하며 이주노동자 지원을 다양화했다. 또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글교실과 공부방 운영, 가정해체로 미등록체류자가 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긴급지원활동도 펼쳤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이주민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져
현재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종교와 국적에 관계없이 매주 일요일마다 5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찾아오는 대구‧경북지역 최대 이주노동자 지원기관으로 발전했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을 구심점으로 필리핀, 베트남, 동티모르, 페루 등 이주민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정기모임은 물론 자체적으로 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주민 공동체는 일시적으로 거주할 곳이 없는 이들을 위해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톨릭근로자회관과 힘을 합쳐 돕고 있다.
또 이주민 공동체는 2019년 필리핀 화산 폭발, 2020년 베트남 홍수 피해,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 등이 일어났을 때 성금을 모아 현지에 전달했다. 필리핀 재난 당시에는 가톨릭근로자회관 관계자와 이주민 공동체 대표들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성금과 물품을 전달하고 현지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했다.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난민과 가족에 관심 기울여
난민은 인종, 종교, 정치 등으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이거나 전쟁, 재난에 의한 피란민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난민신청자로 살아가야 한다.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가톨릭근로자회관은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난민과 그 자녀들에 대한 지원으로 눈을 돌렸다.
2019년 가톨릭근로자회관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경북 구미와 김천의 예멘, 시리아 난민 가정에 대한 보호활동을 시작으로 2020년 4월에는 외부 후원단체와 연계하여 아동을 양육하는 난민 가정 22가정에 2년간 보육비와 생계비를 지원했다. 이를 계기로 기니, 라이베리아, 세네갈, 우간다 등 아프리카 난민들까지 지원을 확대해 38가정 183명의 난민을 지원했다.
공적 지원이 부족한 난민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는 생존을 위협하는 큰 위기였다. 마스크 구입이 불가능했고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되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 지원물품을 받아도 안내문을 읽지 못하거나, 종교적 문제로 지원받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이들의 모국어로 안내문을 다시 만들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포함해 무슬림을 위한 할랄푸드 등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식재료를 갖춘 맞춤형 자가격리 지원 키트를 직접 제작해 각 가정에 배달했다.
이주민 공동체를 통해 가톨릭근로자회관의 활동이 알려지자 SNS로 전국의 난민과 미등록 이주민에게서 마스크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이들에게 주소를 받아 많게는 하루 60건의 마스크 택배를 발송했는데 당시 도움을 요청한 이들의 국적은 약 35개국에 달한다.
난민과 그 자녀에게 ‘기회’ 주어야
최근 가톨릭근로자회관은 난민 자녀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난민 가정에서 미숙아가 태어나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고액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 또 부모가 일하는 동안 방치된 어린 자녀들의 돌봄 문제, 학교 내 아이들 사이의 차별문제 등이 존재한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난민 자녀들에게 ‘우리나라’는 부모의 고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한국에서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한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미숙아를 위한 의료비 및 진료 지원, 언어 및 놀이치료 등 심리상담 지원, 학령기 난민 자녀를 위한 입학 행정 및 물품 지원을 하고 있다.
“저도 구걸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한 난민의 호소처럼, 난민들은 지원을 받기보다 스스로 일하며 정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난민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것은 쌀과 기저귀, 분유 이 세 가지다. 난민은 가족 단위가 대부분이지만 일용직을 전전하고, 육아 부담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장 기본적인 생계조차 해결하지 못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대부분은 “벌금을 내더라도 한국에서 일하고 살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마련하겠다”고 호소한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이주민들을 받아들였으니 적어도 평범하게 살아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제도적인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지난 48년 동안 시대 변화에 발맞추며 사회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고민하고,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소명에 충실해왔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난민 등 다양한 이주민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편견과 차별이 없는 다문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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